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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납북자 얘긴 하지말라고?.....최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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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630회 작성일 04-10-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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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21일 19시34분 조선일보
열흘 전쯤 한 대학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비전향 장기수와 납북자를 맞교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틀렸다. 비전향 장기수는 북파간첩과 맞교환해야 하고, 납북자는 남한에서 납치해 온 납남자라 할까, 그들과 맞교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 대학교수는 북한에 살고 있는 북파간첩을 찾아 송환해 와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인가?

보통사람은 잘 모르고 있지만 납남자가 이땅 어느 곳에서 탄압받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순간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다.

"남한에서도 간첩을 보내거나 북한인사를 납치해 온 적이 있다. 북한만 간첩 보내고 사람 납치해 간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번에 비전향장기수를 송환시킨다고 해서 납북자를 데려오라는 소리는 하지 마라."

필자는 북한에 억류된 동진호 어로장의 딸로서, 그리고 460명이 넘는 납북자들을 대표해서 지난 6개월 동안 이들의 송환운동을 펼쳐오는 동안 한국의 여러 인권단체, 시민단체에서 이런 논지의 얘기를 들어왔다. 어제는 나의 활동을 비난하는 익명의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40~50년 동안 가족을 못 만나고도 참고 있는 사람에 비하면 당신은 행운이다. 남북화해가 이루어질 때까지 참으라"고 했다.

필자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주부일 뿐으로 대단한 인권운동가도 아니고 고명한 학자나 전문가도 아니다. 나의 바람은 단지 1987년 북한에 억류되어 간첩혐의로 기소된 납북어부 나의 아버지를 더 늦기 전에 모셔와야 겠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우리 정부가, 그리고 지금은 소위 인권운동, 통일운동을 한다는 분들이 나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그분들에게 나보다 더 깊은 생각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민족화해를 위해서 납북자 송환운동을 참아달라는 주문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다음 달 북한으로 가는 비전향장기수들에 대해 우리 남한쪽 사람들이 양해해 준 것은 그들이 오랜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공산주의를 버리지 않은 신념가인 점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늙고 병들었으며 분단이라는 장벽에 눌린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우익이고 좌익이고, 친북이고 반북이고를 떠나서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속에는 인도주의와 진정한 화해의 정신이 들어있다.

내가 바라는 것도 이런 화해다. 납북된 이민교, 최승민, 요코다 메구미 등의 어머니가 잃어버린 아들딸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고, 동진호의 선장과 어로장이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는 얘기가 거짓임이 드러나도록 얼굴이라도 한번 보았으면 한다. 언젠가부터 북한의 방송에서도 자취를 감춘 안승운 목사, 북한에서 의거월북이라고 주장하는 고상문, 이재환씨 등이 가족들에게 안부라도 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소박한 바람조차 속으로만 삼키고 있어야 하는가? 세살배기 현문이를 고등학생으로 키워놓은 김삼례 할머니는 주름이 더해가고 있다. 아버지의 납북으로 어머니까지 떠나보내야 했던 고아 아닌 분단고아들이 애타게 육친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인도주의다. 정치나 이념, 뭔가 위대하고 숭고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소박하고 평범한 것이다.

필자는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이 정치적으로 퇴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한의 자국민 구출작전 성공쯤으로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도주의'여야 하며 그 정신의 연장선 어딘가에서 이산가족, 납북자 가족들이 은혜를 입게 되기를 바란다. 만약 비전향 장기수가 전원 송환되고도 우리 납북자 가족들이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된다면 그 상실감은 정녕 누가 달래주겠는가?

(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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