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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던 얼굴 어디가고 뼈만…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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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54회 작성일 07-12-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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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납북됐던 유풍호 선원 5명이 북한으로 끌려간 지 5개월 뒤인 1972년 11월 9일 북한 모처에서 찍은 사진. 뒷줄 왼쪽이 남정렬씨로, 29년 뒤 앞머리가 빠지고 삐쩍 마른 모습(왼쪽 사진)으로 바뀌었다. 사진 앞줄 왼쪽은 유풍호 선장 배민호씨이고, 뒷줄 가운데는 이수석씨이지만, 나머지 두 명은 잘 모르겠다고 남정렬씨의 부인 박영자씨는 밝혔다. 사진 뒤에는 나머지 두 명이 리원제·김길정씨라고 적혀 있지만, 누가 이씨이고 김씨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기록에 따르면 리원제는 틀린 이름이며, 바른 이름은 이원재다. /납북자가족모임 제공

“굶어 죽었나, 맞아 죽었나?”
‘유풍호’ 남정렬씨 부인, 남편사진 보고 오열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지하 셋방.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지하 방으로 들어서자 납북된 ‘유풍호’ 선원 남정렬씨의 부인 박영자(65)씨가 아들 장호(41)씨 팔을 붙잡고 엉거주춤 일어섰다.

박씨 얼굴은 주름이 가득했고, 머리 숱과 이는 다 빠졌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한 달에 한 번 무릎에서 물을 빼내야 하지만 수술은커녕 약값도 버겁다고 했다.

박씨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가 꺼내든 사진 속 5명 중 남편을 단박에 찾아냈다.

“아이고, 우리 아저씨 맞네. 세상에 죽었단 말이 웬 말이오!” 통곡이 터져나왔다. 박씨는 사진을 연방 쓰다듬으며 “우리 아저씨 죽었으면 시체라도 갖다 주세요. 아니 차라리 날 아저씨한테 데려다 주세요, 흙이라도 퍼오게. 죽은 영혼이라도 퍼오게”라며 아들 품에서 몸부림쳤다.

이어 장호씨가 아버지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30년 세월이 흘러갔구먼. 긴 세월 고생이 많은 어머니를 잘 모셔드려라. 철없는 너희들 데리고 고생 많이 했겠구나….’

박씨는 지난 세월이 원통한 듯 원망도 쏟아냈다. “다른 선원 가족들과 함께 배추나 고구마를 훔치다 지서에 붙잡혀가길 여러 번이었지. 자식들하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지만 끝내 막내딸은 네 살 때 남의 집에 주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어.”

하지만 이내 다시 노년의 남씨 모습이 담긴 사진을 부여잡고 “아이고, 그 좋던 얼굴은 다 어디로 가고 뼈만 남았나. 굶어 죽었나. 맞아 죽었나”라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박씨는 “내가 통일부 앞에 가서 목 매달아 죽으려오. 만날 퍼줄 줄만 알았지. 우리 아저씨 굶어 죽었소. 우리 신랑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죽었단 말이오”라며 울다 지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박씨 가족은 2000년 귀환한 납북어부 이재근씨가 “남씨가 함경남도 금야군 비단공장에서 기계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다”는 증언을 하기 전까지 남씨가 사망한 줄로만 알고, 매년 제사까지 지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했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그러던 중 2001년 초 아들 장호씨가 중국 탈북지원단체로부터 남씨 사연이 담긴 편지를 받았고, 그해 7월 중국 옌지(延吉)에서 배다른 북의 여동생을 만났다. 북측 여동생은 장호씨에게 아버지 편지를 전하며 “아버지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매일 한숨으로 지내지만 주위 감시가 심한 데다 몸도 불편해 나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여동생과의 연락은 끊겼다. 납북자가족모임이 남씨 구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두 달여 전 중국 탈북지원단체로부터 “남씨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장호씨는 어머니에게 아버지 편지를 보여주는 것을 ‘아버지 탈북 뒤’로 미루고 있었다.

박씨는 사진 속에서 선주이자 선장이었던 배민호씨와 기관장이었던 이수석씨를 알아봤지만 다른 두 명은 알아보지 못했다. 기자는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김길정씨 가족을 제외하고, 배민호씨 등 다른 선원들의 남측 가족에게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가족들은 연좌제 등 그동안 겪었던 모진 세월의 풍파가 두려운 듯 대부분 인터뷰를 꺼렸다.

앞서 귀환한 다른 납북어부 진정팔씨와 김병도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원재씨와 이수석씨는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안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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