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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네, 우리 아들 맞네… 아직 살아있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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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013회 작성일 08-05-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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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공개된 납북 어부 31명 중 서태봉(오른쪽)씨와 손운수(가운데)씨가 1985년 집단교육을 받던 도중 신원 미상의 납북자(왼쪽)와 함께 함북 온성군 왕재산혁명사적지에서 찍은 기념 사진. 왕재산혁명사적지는 김일성 주석이 1933년 3월 국내 항일무장운동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북한이 선전하는‘왕재산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1975년 조성됐다. /납북자가족모임 제공



사진으로 돌아온 납북어부 31명… 가슴치는 가족들 82세 노모, 아들 숨진사실 모르고 반색
"유골이라도… 제삿날이라도 알았으면"


"아버지 맞습니다. 살이 많이 빠져서 얼굴이 반쪽이 됐지만 아버지가 틀림없습니다."

1975년 8월 동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오징어잡이 어선 '천왕호' 선원 박시동(납북 당시 32세)씨의 아들 용근(44)씨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만난 그는 본지가 단독 입수한 납북어부 31명의 빛바랜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본 뒤, 자신의 품에서 프린트한 사진 한 장을 꺼내 비교했다. 아버지 박씨가 납북되기 3~4년 전에 찍은 증명사진이었다.

용근씨는 "아버지 사진이라고는 이 증명사진 한 장밖에 남은 것이 없어요. 그땐 얼굴이 참 좋으셨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용근씨는 2000년 아버지가 편지로 소식을 전해올 때까지 아버지 제사를 어머니 제삿날에 함께 지내왔다고 했다. 남편의 생사조차 모르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용근씨는 아버지의 도포와 어머니 시신을 합장(合葬)했다고 한다.

용근씨는 "같은 배를 타셨던 최욱일씨도 나오셨던데 우리 아버지도 나오실 수 있을까요"라며 "아버지 때문에 죽도록 고생했지만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본지는 사진 속 인물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납북됐다가 귀환한 7명의 납북어부 중 윤능산(금융호 선원)씨를 제외한 최욱일·고명섭·이한섭(이상 천왕호 선원)·이재근(봉산호 선원)·진정팔(천대호 선원)·김병도(대영호 선원)씨 등 6명을 모두 만났다.

이를 통해 사진 속 31명 납북어부 중 22명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러나 22명의 남측 가족이 어디에 사는지는 모두 확인하지 못하고, 박시동씨와 A(66)씨 가족만 소재를 파악했다.

신분을 밝히기를 꺼리는 납북자 A씨의 여동생(50)은 "죽은 줄만 알았던 오빠를 이렇게 사진 속에서나마 보게 되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오빠가 북한에서 겪었을 고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헤어진 지 너무 오래된 탓인지 전혀 다른 사람을 가족으로 오인한 경우도 있었다. 사진 속에서 신원이 확인된 22명 중에는 1967년 납북된 천대호 선원 최효길(납북 당시 29세)씨도 포함돼 있었다.

천왕호 선원 이해운(납북 당시 20세)씨의 어머니 손봉녀(여·82)씨는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사진 속의 최씨를 가리키더니, "여기 있소. 우리 아들 맞소. 우리 해운이요. 우리 아들이 제일 어렸소. 우리 해운이가 살아있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나 귀환한 최욱일씨에 따르면 이해운씨는 1990년대 초반 북한 대홍수 때 함경남도 함흥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나갔다가 물에 휩쓸려 숨졌다. 다른 납북어부 출신들도 사진 속 그 인물이 이해운씨가 아니라 최효길씨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납북 가족의 송환은 차치하고 제삿날이라도 알고 싶어했다.

강릉에서 만난 천왕호 선원 이기하(납북 당시 51세)씨의 아들 강녕씨는 "아버지의 생사확인을 요청했지만 북한으로부터 '확인불가' 통보만 받았다"며 "백방으로 수소문해 아버지께서 1997년쯤 돌아가셨단 소식은 들었지만 정확한 제삿날을 몰라 아버지 생신 때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녕씨는 "아버지 유골이라도 선산에 모셔다 놓고 실컷 울어나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사진 속 31명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9명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또 신원이 확인된 22명 중에서도 박시동씨와 A씨를 제외한 20명의 가족들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이들의 연락도 기다린다. 연락처 (02)48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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