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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단체, 싸움상대 잘못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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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78회 작성일 08-12-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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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북정책 잘못한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야

새 정부의 아무런 철학과 전략이 없는 대북정책으로 그동안 힘겹지만 소중하게 쌓아온 남북관계의 열매들이 점차 썩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부시 대통령처럼 대북정책의 전환으로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미국 따라하겠다는 정부니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문제가 대북 삐라 살포 문제다.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을 주축으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전단과 1달러 지폐를 수십만장 북한으로 날려보내는 게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고, 상호 비방을 중지했던 남북합의를 위반한다는 시비를 낳아 남북관계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나는 삐라 살포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삐라 살포가 북한과의 관계를 어렵게 해서 남북 간에 마주앉아 대화하고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을 더 어렵게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삐라 살포에 반대하지만...

지난 2일 삐라 살포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고, 이를 막기 위한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됐는데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탈북자, 납북자 관련 단체는 북에 삐라를 띄웠다. 그러나 이날 이들의 삐라 살포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진보연대'라는 단체가 삐라 살포를 몸으로 저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삐라 살포를 반대하는 나는 오히려 이를 막기 위해 온 진보라는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실망감을 느꼈다. 왜냐고?


삐라를 살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납북자, 탈북자 관련 단체 사람들이다. 이들로 나름대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을 상대로 이날 한국진보연대 회원들은 '통일염원 짓밟는 삐라살포 중단하라'와 같은 투쟁 구호가 가득한 피켓을 들고 몸으로 막으려다 결국 고성과 욕설을 주고 받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내가 한국진보연대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배려,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보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겠다는 사람들이 도리어 지금 함께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품지 못하는 태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 보여야


"당신들의 아픔, 내가 다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분노를 난 이해합니다. 그것이 나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픕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행동은 당신들이 원하는 일들에 도리어 방해가 되는 일입니다.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삐라살포를 하지 말아주십시오. 정말 북에 남겨둔, 또 북에 갇혀있는 가족들이 더 나은 인권과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삐라를 살포해서는 안된다는 우리들의 마음을 알아주십시오. 우리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어떤 청소년이 잘못된 비행을 저질렀을 때 그 청소년의 잘못만을 비난하고, 혼내는 사람은 정말 바보같은 사람이다. 그 청소년이 왜 그랬는지, 가정에는 문제가 없는지, 무언가 그의 정서발달에 이 사회가 악영향을 끼친 것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 먼저 이해하는 것이 그 잘못을 바로잡는 시작이다.


혹시나 해서 한국진보연대라는 곳의 홈페이지에 가서 이날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를 읽어보았다. 역시나 탈북자, 납북자의 어려움과 상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문장과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처음부터 '삐라 살포 중단해라'로 시작해서 '삐라 살포는 남북관계 파탄내는 거'라는 서슬퍼런 내용으로 끝난다.


대체 분단을 극복하겠다는 사람들이, 우리 안의 상처와 아픔도 보듬지 못하면서 무슨 통일을 하겠다는건지 난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의 얼굴을 하지 못한 신념, 가치, 지식이 잘난 이들의 자기만족 외에 공동체의 하나됨과 이익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삐라 문제 해결, 당신들은 해결사가 아니다


삐라 살포 현장에서 보여준 한국진보연대의 모습은 마치 해결사를 보는 듯했다. 정의의 사도들이 잘못된 일을 자신들의 힘으로 막아 보겠다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나 삐라 살포 문제가 그렇게 해서 해결될까? 그들은 싸움의 상대를 잘못 골랐다.


주지 하듯이, 삐라 살포에 30여 개의 보수 단체가 가세하겠다고 들고 일어섰다.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긴장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해결사를 자처한 이들의 행동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삐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그 현장에서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삐라 살포를 방관한 경찰 뒤에 숨어 있는 정부가 대북정책의 잘못을 시인하고 삐라 살포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진보연대 이렇게 겉으로는 남북대화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여전히 화해와 협력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부의 위선과 무책임에 맞서야 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미국 네오콘의 지원과 정부의 방조 아래 삐라가 살포되고 있다면 탈북자와 납북자의 상처에 소금을 쳐가며 이들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의 실체와 싸우고, 알려내야 하는 것이다.


왜 권력자들과 강자들의 부추김에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끼리 치고박고 싸워야 하는가? 싸움의 상대를 제대로 골라야 한다. 분단의 희생자들끼리의 싸움은 그것을 즐기는 분단의 수혜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분단이 분단을 낳고, 분단이 또 분단을 낳는 비극적인 일에 동참하지 말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는 관대한 태도로 이 문제에 접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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