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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고유한>탈북 부로커,필요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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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385회 작성일 09-11-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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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고유환]‘탈북 브로커’ 필요악인가

지난해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던 탈북자 1명이 국내 탈북지원단체의 신고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했던 단체는 탈북 과정에 관여한 브로커가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면서 가족을 협박하는 바람에 브로커를 떼어내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브로커에 의존할 정도로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은 원시적이다. 탈북자의 대부분은 중국에 머물면서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을 희망하지만 중국 정부가 난민지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외교공관에 진입하지 않으면 입국이 어렵다. 일부 탈북자는 중국에서 제3국으로 이동해 입국을 시도하지만 입국루트가 험난하므로 민간지원단체나 브로커의 도움과 개입 없이 탈북자 독자적으로 입국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탈북자들은 브로커가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탈북자가 3국을 떠돌면서 겪는 인권 유린은 심각하다. 운 좋은 소수가 지원단체나 브로커의 도움으로 입국에 성공한다고 해도 과도하게 비용을 지불하는 바람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한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민간단체를 간접적으로 지원해 중개인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정치권에서는 북한 급변사태론과 흡수통일론 등 거대담론에는 적극적이면서 탈북자 문제에는 세심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탈북자의 성공적 정착 과정은 통일 예행연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이 희망과 기회의 땅이란 인식이 확산돼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탈북 과정이 험난하고 우리 사회에서의 정착 과정도 순탄치 못할 경우 북한 주민은 통일이 돼도 남한의 ‘내부 식민지’가 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동서독은 20년 전에 베를린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달성했다. 하지만 남북 간에는 이산가족, 납북자와 국군포로, 탈북자 등 산적한 인도적 문제 어느 하나도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 주민은 목숨을 걸고 장벽을 넘지 않아도 됐다. 총과 대포에 의해 베를린장벽이 무너지지 않았다. 탈냉전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조류와 동서독 간의 꾸준한 교류협력이 장벽을 붕괴시킨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 분단의 자기 책임이 있었던 독일은 통일된 지 20년을 맞았지만 한반도의 남북한은 통일은커녕 3차 서해교전이 발생하는 등 냉전적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서독의 ‘접근을 통한 변화’ 전략은 동서독 간 인적·물적 교류를 꾸준히 하면서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나갔다. 독일 통일을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요인은 사회주의권 개혁·개방과 미국-소련의 평화공존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통일 달성의 유리한 환경으로 활용해 통일을 달성했다.

독일의 통일 경험에 비춰보면 우리의 통일 노력은 뒤늦었고 전략이 일관적이지 않았다. 또한 사회주의권 붕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통일의 촉진 요인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독일 통일은 거창한 방안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작은 발걸음’이 모여 통일의 대업을 이뤘다. 동서독은 수많은 간첩사건과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주민에 대한 총격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교류협력을 지속하고 통일을 달성했다. 남북 관계는 규범적 도덕적 기준만으로 풀 수 없다. 우리는 수많은 통일방안을 내놓고도 통일을 달성하지 못했다. 통일방안이나 급변사태론 등 거대담론보다는 실천 가능한 작은 발걸음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탈북자 문제 해결도 통일의 작은 발걸음의 하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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