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그리며 배를 띠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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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11시쯤 충남 서천군 장항항. 48t급 어선 '통일호' 진수식을 바라보던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60)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45년 전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인사한 곳입니다. 15세 소년이던 제가 어느덧 60세가 돼 제 힘으로 지은 배를 띄우게 됐네요."
어선 '풍복호'의 선주(船主)였던 최 대표의 부친 최원모(납북 당시 57세)씨는 1967년 6월 4일 이 장소에서 출항한 뒤 소식이 끊겼다. 풍복호가 납북되면서 선원 7명과 함께 북한에 끌려간 것이다. 북한은 그해 9월 25일 선원 일부를 돌려보냈지만 원모씨와 배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 일은 최 대표가 납북자 구출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2000년 이후 그가 구출한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19명, 이들의 가족은 53명에 달한다. 정작 부친과 관련해선 '1970년쯤 평북 정주역 부근에서 공개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게 전부다.
시장 좌판에서 생선 장사를 하면서 납북자 구출운동 자금을 댔던 최 대표 모친은 2005년 사망하기 전까지 "아버지 납북으로 잃어버린 어업권을 되찾고, 고기를 잡아 번 돈을 좋은 일에 써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선주와 어선이 모두 북한에 억류되는 바람에 기존 어업허가증의 효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2002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당시 해양수산부)를 찾아가 부친의 어업허가를 내달라고 했지만,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요지부동이었다"며 "2010년에야 수산업법 시행령이 개정돼 납북자 자녀에게 어업허가를 내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어업허가를 받을 근거가 생기자 최 대표는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과 대출받은 돈을 모아 지난 1월부터 경남 남해의 한 조선소에서 어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15일 진수식은 이렇게 건조된 '통일호'의 시운전을 겸한 행사였다.
최 대표는 "17일 충남도로부터 정식 어업허가증이 나오면 서해에서 멸치·갈치·조기·꽃게를 잡을 생각"이라며 "여기서 번 돈은 '통영의 딸' 신숙자씨 모녀 등 납북자 구명 활동에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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