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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 사흘째 인권위 점거농성(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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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88회 작성일 04-10-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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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2. 6

“남편을 잃은 것도 서럽지만 그건 나 혼자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연좌제’로 우리 자식들이 ‘빨갱이 자식’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취직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봤을 때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가인권위원회 7층 회의실. ‘사랑하는 납북자여, 이제라도 그립고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꼭! 꼭! 돌아와야 합니다’라는 구호가 붙어 있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북에 남편과 자식을 빼앗긴 할머니 7명과 최성룡(51)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등 11명이 사흘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3일 점심 때부터 식사를 안 한 때문인지 퀭한 눈에 기력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지난 72년 오대양호 납치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강경순(75·경기 수원시) 할머니는 그동안 두 남매를 키우기 위해 억척같이 살아왔다고 했다.

“30여년 전 남편이 북에 끌려간 뒤로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어. 하지만 정부는 우리 가족을 도와주기는커녕, 계속 괴롭히기만 하더라고. 북에서 간첩만 내려오면 형사들이 집을 찾아오고, 이사를 갈 때면 ‘꼭 신고하라’고 강요하고.”

강 할머니는 “힘도 없고 허리도 아프고 이제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대통령이 우리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970년 4월 백령도 인근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가 지난 98년 천신만고 끝에 북을 탈출했다는 이재근(66·서울 송파구 거여2동)씨는 “나도 북에서 죽을 고생을 당했는데 한국에 다시 와 보니 형님께서도 나 때문에 안기부·헌병대 등에 불려다니면서 큰 고생한 것을 알게 됐다”며 “법적으로는 연좌제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납북자 가족이 실제 생활을 하는 데는 계속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탈출해 돌아오니 늙은 나이에 직업을 다시 구할 수도 없고, 정부로부터 받은 돈은 단돈 370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내가 이런 나라를 믿고 목숨을 걸고 북에서 넘어왔다니….”

이들 노인은 정부의 납북자 가족에 대한 즉각 송환 노력과 납북자가족 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연좌제 피해보상과 납북자가족 인권침해 진정을 냈지만 1년이 넘도록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인 지난 2000년 12월 납북자 송환과 연좌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할머니들이 어제 저녁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걱정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납북자 가족에 대해 지원금과 보조금을 하나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납북자 가족들에 대한 ‘요시찰인 카드’라는 것을 만들어 사람들을 관리할 뿐이었죠.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나이 드신 분들의 조그만 소원은 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측은 “정책권고도 시간이 걸리고, 19일에는 이 문제와 관련한 공청회를 여는 등 인권위도 노력하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단식은 계속될 것이다.
/ 홍원상기자 ws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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