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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이게 무슨 경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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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91회 작성일 04-10-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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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2000.08.23 (수) 18:03 국민일보

남도 아니고 같은 조상을 가진 겨레 사이다.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굳이 잡아두는 식으로 형벌을 계속 가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러므로 비전향 장기수들의 송환을 반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오히려 진실로 축하하는 분위기다.

중국 옛시에 ‘호나라에서 온 말은 북풍이 불 때마다 고향을 그리고 월나라에서 온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들인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고 했다.사상·이념 이전에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이 그리움에 사무쳐 바라봤을 북녘 땅 어디에선가 이쪽을 향해 눈물짓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고 산다.잔류 국군포로들과 납북자들이다.그들은 남쪽에서 불어가는 실바람 결에라도 고향의 소식을 들을까 귀 기울이고 있을 터이다.

어제 몇몇 일간지에는 송환일을 기다리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찾아간 납북자 가족들의 이야기가 실렸다.북한에 가거든 그곳에 있을 가족의 생사여부를 알아봐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면서 편지도 맡겼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그간 무엇을 했는가.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고 그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삶을 영위토록 해주는 것을 존립 의의 및 제1의적인 책무로 하고 있는 게 정부 아니던가.북한측은 정상회담에서까지 집요하게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요구해 결국엔 그 뜻을 관철시켰다.그런데 우리측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북한의 주민과 우리는 분명히 한 겨레붙이다.그러나 양측이 휴전선에 중무장한 대군을 배치해 두고 있는 것 또한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양쪽엔 각기의 정부,서로 다른 법 및 질서체계가 갖춰져 있다.우리 정부는 이 점을 확고히 인식해야 한다.

당연히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에 대해서는 북한이 비전향 장기수들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송환을 강력히 요구할 일이다.그런 일을 쉬쉬해야 할 상대라면 진정한 관계개선은 이뤄지지 않는다.언제든 아무 문제나 핑계삼아 다시 돌아서고 말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반세기 전 수많은 젊은이들이 ‘조국의 부름’에 응해 전장으로 나아갔다.후방에 남겨졌던 부모와 배우자 대부분은 이미 세상을 뜬지 오래고 그 유자녀들이 이제 50세 이상의 연령층이 됐다.이들이 남보다 깊은 외로움과 더한 가난 속에서나마 가슴 펴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유공자 가족이라는 자부심 덕분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세상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바뀌더니 이들이 되레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되는 듯한 어이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떠들지 말자고 한다.북한을 자극하면 안되기 때문이란다.무슨 이런 경위가 다 있는가.

정부는 조심하기에만 급급하고,여기서 수십년 형을 복역한 끝에 이제 겨우 마음 놓고 살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과 아직도 가족을 앗긴 채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있다.서러운 사람들은 그들끼리 격려하고 도우며 살라는 것인가.

/이진곤논설위원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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