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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8월20일자기사<김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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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74회 작성일 04-10-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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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8월20일자기사<김일오>

"목숨 걸었는데 버림받아…북한서 죽이나 먹고살 걸"
탈북한 '납북어부 아내' 서울살이 하소연
남편 "두 딸 남조선 데려가라" 유언
탈북 → 압송 → 재탈북…몸은 만신창이
18일 서울 무교동의 허름한 식당 구석. 납북어부 등 피랍자의 가족 30여명이 모였다.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납북자가족회가 만든 자리였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순서를 마치자 초로의 한 여성이 나섰다.

"저는 2년 전 서울에 온 탈북자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과 같은 납북자 가족이기도 합니다."

2002년 9월 중국을 거쳐 서울에 온 장복순(58)씨였다. 장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1968년 6월 조기잡이를 하다 납북된 부길호의 선원 김길오(당시 32세)씨와 북한에서 결혼해 살다 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장씨는 "북한에서 10년이나 '의거 입북자(납북자의 존재를 부인하는 북한에서 납북자가 자진 입북한 것처럼 표현하는 용어)'로 살던 남편이 백혈병으로 죽기 며칠 전에야 자신이 강제로 북에 끌려왔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그 사람은 고향 땅에 너무나 가고 싶다며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북어부의 아내에서 탈북자로 떠돌아야 했던 그동안의 고단한 삶 때문인지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장씨가 남편 김씨를 알게 된 건 71년. 함북 청진의 자동차사업소에서 함께 노동을 했다. 김씨는 납북 뒤 3년간 평양에서 간첩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남파를 거부했다. 그러자 그곳으로 쫓겨났던 것이었다.

"입북자를 우대한다던 북한 정권이 남편에게 해준 것은 두 차례의 수혈뿐이었습니다. 78년 10월 남편이 숨지면서 두 딸의 앞날을 위해 꼭 남조선으로 가라는 유언을 했어요."

장씨는 "남편이 숨을 거두며 '차라리 남파돼 자수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99년 9월 딸 현숙.인숙씨를 중국의 친척집에 몰래 내보냈고 두 딸은 1년반 뒤인 2001년 1월 한국에 들어왔다. 두 딸이 남한에서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장씨는 2001년 4월 중국으로 나왔지만 옌지(延吉)에서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 북송됐다. 장씨는 "조국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초를 겪었지만 한국으로 가 딸을 만나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재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서울생활은 생각과 달랐다. 장씨는 "탈북자이기 이전에 우리도 납북자 가족이니만큼 정부에서 배려해줄 것으로 믿고 왔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게다가 북한에서 오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데다 중국에서의 긴장된 은둔생활까지 겹치자 장씨의 몸은 만신창이가 돼버린 상태였다.

심장과 신장이 망가진 데다 허리디스크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로 악화돼 50m를 채 걷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달에는 시각장애로 6급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는 중랑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주는 월 50여만원으로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남편이 납북 전 두고 갔던 아들 영석(42)씨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납북 뒤 간첩 집안으로 의심받는 바람에 영석씨가 떠돌이 생활을 하다 간염 증세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장씨는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 벽돌 한 장 보탠 게 없지만 대한민국을 믿고 찾아온 나를 정부가 보살펴 줄 수는 없는가"라며 울먹였다. 장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북에서 죽이나 먹고살 걸…"이라는 말까지 꺼냈다.

장씨의 말을 듣던 최성용 납북자가족회 대표는 "남과 북에서 다 버림받은 셈이 돼버린 장씨는 물론 남한의 납북자가족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보상조치가 이뤄지게 노력하겠다"며 위로했다.

장씨는 "탈북한 뒤 사람을 청진에 보내 남편의 유골을 수습해 중국의 국경지방에 묻어놨다"며 "뼈라도 가져와 고향땅에 뿌려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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