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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의 가슴 멍울, 다시 터질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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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19회 작성일 06-04-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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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생존해 있는 ‘김철준’이 납북된 우리 형님이 아니라는 걸 들으신 어머니는 말 없이 눈물만 흘리셨어요. 지난 번 김철준과 메구미 사이에 낳았다는 딸 사진을 보고서 ‘눈매가 우리 집안하고 많이 닮았다’며 무척이나 기대하셨는데….”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납북된 김영남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12일. 김씨와 비슷한 시기 북한에 납북된 아들을 둔 다른 4명의 ‘고교생 납북자’ 가족들의 가슴에는 또 한번 커다란 멍울이 맺혔다. 도대체 언제쯤 ‘우리 아들’ ‘우리 형’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김영남씨가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1978년 8월, 충남 천안상·농고 3학년에 각각 재학 중이던 홍건표씨와 이명우씨도 전남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됐다. 또 이보다 1년 전인 1977년 8월에는 역시 홍도 해수욕장에서 경기도 평택의 태광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승민씨와 이민교씨가 납북됐다.

1년 간격으로 5명의 고교생이 서해안 해수욕장에서 모두 납북됐지만, 이 가운데 김씨의 생존만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홍도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실종된 홍건표씨의 어머니 김순례(76)씨와 동생 광표(39)씨. 김씨는 지난 1월 일본인 납북자 메구미 딸과의 DNA 대조를 위한 채혈(採血)에 참가했다.

“어머니는 ‘드디어 내 아들을 찾는가 보다’면서 마음 졸이셨어요. 한동안 피하셨던 형 이야기도 다시 꺼내셨구요. 김철준이 납북자라면 일본 정부에서라도 데려올 수 있지 않겠냐고 희망했어요.”

홍씨의 어머니는 그러나 납북자 김영남씨가 메구미의 남편으로 확인되자, 다시 말문을 닫았다. “자나깨나 형님 걱정이셨어요. 어머니의 한마디가 북한에 있는 형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형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는 거죠.”

건표씨의 실종 28년은 남은 가족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홍씨 아버지는 실종 소식을 접하자마자 2년간 충청도와 전라도 일대를 이 잡듯 뒤졌다. 비교적 탄탄하게 굴러가던 중소기업은 그 사이 부도가 났고, 광표씨의 둘째 누나는 고등학교를, 셋째 누나는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가족이 모인 밥상에서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 김씨는 더 이상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식음을 전폐한 어머니는 전국의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 다니다가 결국 자리에 누웠다.

아들과 형·동생을 잃어버린 다른 납북자 가족의 삶도 큰 상처를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지난 1월 기대감을 갖고 채혈에 참가했으나, 지금은 다시 절망하고 있다.

1977년 역시 홍도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실종된 이민교씨의 어머니 김태옥(75)씨는 “지금도 잠들 때면 아들 얼굴이 떠오른다”며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봤으면…”이라고 말했다. 민교씨 아버지는 아들을 찾으러 다니다 중풍으로 쓰러져 결국 15년 전 사망했다.

이민교씨와 함께 홍도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실종된 최승민씨의 아버지 최준화(77)씨는 “이젠 몸도 마음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셋째 아들을 그리다 3년 전에 떠난 아내 얼굴이 떠오르는 듯 “나는 아들 얼굴을 한 번 볼 수 있을까…”라고 했다.

지난 1978년 홍도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실종된 이명우씨의 가족은 철저히 익명 속에 살고 있다. 가족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아예 피하고 있다. 명우씨의 부모님은 모두 사망했고, 명우씨의 형이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동생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하지만 납북자 가족들은 이제 마지막 힘을 내고 있다. 홍광표씨는 “어쨌거나 똑같은 납북자 가족 중 하나가 아들의 납북 사실을 확인한 것 아니냐”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태옥씨는 “그동안 외면만 했던 우리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부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탁상훈기자 i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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